전체 글228 세인트 빈센트 (첫인상, 캐릭터, 휴먼 코미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빌 머레이를 그냥 코미디 영화에 나오는 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인트 빈센트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까칠한 노인과 순수한 아이가 만난다는 설정만 듣고 뻔한 감동 영화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습니다.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일반적으로 영화 속 주인공은 결함이 있어도 어딘가 매력적으로 포장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세인트 빈센트의 빈센트는 그런 공식을 철저하게 거부합니다. 첫 등장부터 술에 절어 있고, 도박빚을 지고 있으며, 이웃과 한마디 나누기도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저도 처음 20분은 솔직히 이 사람이 왜 주인공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영화에서 빈센트는 옆집으로 이사 온 올리버의 방.. 2026. 6. 14.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싱크로나이즈드, 중년남성, 프랑스코미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수록 자꾸 미루게 되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별 기대 없이 틀었던 이 프랑스 영화 한 편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삶이 조금 꼬인 중년 남자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뛰어드는 이야기, 웃기면서도 어딘가 뭉클했습니다.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남자가 하면 왜 낯설까혹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는 종목 자체를 잘 아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물속에서 다 같이 발 들고 도는 것' 정도로만 알았습니다.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이란 수중에서 음악에 맞춰 팀원들이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는 수중 예술 스포츠입니다. 쉽게 말해 수영과 체조, 발레가 합쳐진 종목으로, 선수들의 심폐지구력과 .. 2026. 6. 13. 어디갔어 버나뎃 (자아상실, 창작욕구, 중년여성) 한때 천재 건축가로 불렸던 여성이 20년간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 저는 단순한 슬럼프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다른 이야기인지 깨달았습니다. 자아를 잃은 사람이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그게 이 영화의 진짜 줄거리입니다.20년의 공백, 그 배경에 무엇이 있었나일반적으로 창작을 멈춘 예술가는 재능이 고갈됐거나 의지가 약해진 사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버나뎃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그녀는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Fellowship)을 수상한 건축가였습니다. 맥아더 펠로십이란 미국 맥아더 재단이 각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성을 보인 인물에게 수여하는 지원금으로, '천재상(Genius Gr.. 2026. 6. 13.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시한부, 메멘토모리, 카타르시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고양이 나오는 힐링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제목만 보고 판단한 거죠.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남자가 하루를 더 살기 위해 세상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지워가는 이야기, 그게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시한부 선고가 던지는 질문영화는 평범한 우편배달부 남자가 갑작스럽게 시한부 선고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시한부(terminal diagnosis)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남은 생존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의사가 "당신이 살 수 있는 시간은 이 정도입니다"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것입니다.그런데 제가 이 장면에서 느낀 건 공포보다 낯섦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 선고를 받고 집으로 걸.. 2026. 6. 13. 내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말 (헤리엇, 자존감, 관계) 죽음을 앞두고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노인의 이야기라고 하면, 감동 포인트가 뻔히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 단순한 감성 영화가 아닙니다.헤리엇이라는 인물, 그리고 자존감의 의미영화의 주인공 헤리엇은 꽤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흔히 기대하는 '어른스러운 예의'나 '원만한 처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의사가 예의를 갖춰 부인이라고 부르자, "나이 많은 것을 굳이 강조하지 마라"고 받아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솔직히 저도 어른이 저런 말을 들으면 당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 2026. 6. 12. 보이후드 (현실반영, 롱테이크, 성장서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보이후드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평범한 성장 영화 한 편 보겠거니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같은 배우로 촬영했다는 사실 하나가, 영화 전체의 무게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더군요. 극적인 사건도 없고 반전도 없는데, 이상하게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현실반영: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방식보이후드의 첫 번째 강점은 과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거 다큐멘터리 아닌가?" 였을 정도로, 영화의 초반부는 마치 누군가의 가족 앨범을 들춰보는 느낌이었습니다.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내러티브 리얼리즘(Narrative Realism)이라는 접근법을 이 영화에서 극단까지 밀어붙였습니다. .. 2026. 6. 12. 이전 1 2 3 4 5 6 7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