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8 해치지않아 리뷰 (코미디 리듬, 동물원 현실, 복선 활용) 가벼운 마음으로 켰다가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든 영화였다는 사실에 당황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해치지않아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관람객을 속인다는 황당한 설정 하나만 믿고 들어갔는데, 나오고 보니 꽤 따뜻한 이야기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코미디 영화의 리듬 설계처음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이 영화의 속도감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들은 티키타카, 즉 인물들 사이의 빠른 대사 주고받기를 통해 웃음을 만드는 방식을 즐겨 씁니다. 같은 제작사인 어바웃 필름의 전작 극한직업도 그런 흐름이 강했고, 그게 잘 먹힌 영화였습니다.그런데 해치지않아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사용하는 방식은 페이싱 컨트롤(pacing control)에 가깝습.. 2026. 6. 18. 백수아파트 리뷰 (현실공감, 층간소음, 공동체) 윗집에서 쿵쿵 소리가 들려올 때, 올라가서 따질까 말까 복도 앞에서 망설여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결국 올라가지 못하고 귀마개를 사 들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 백수아파트를 보면서 그 날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백수 주인공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로, 2월 26일 극장에 개봉했습니다.백수와 층간소음, 현실적인 소재를 꺼내든 방식영화의 주인공 거울은 월세 세입자 신분의 백수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느슨하고 유쾌한 코미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봐보니 예상보다 훨씬 현실 밀착도가 높았습니다.극 중 아파트는 매일 밤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층간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 2026. 6. 17. 완벽한 타인 (몰입감, 비밀, 연출) 529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영화가 단 하나의 공간, 식탁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이게 가능하다고?" 싶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꽤 오랫동안 제 폰을 바라보게 됐습니다.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몰입감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간이 좁은 영화는 지루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그 반대를 경험했습니다. 한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만으로 90분 넘게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이 영화가 쓴 핵심 연출 기법 중 하나가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소품·배우의 위치까지 의도적으로.. 2026. 6. 17.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페이크다큐, 오컬트공포, 찝찝함) 일본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오랜만에 봤는데, 집에 돌아온 뒤에도 이상하게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보다, 알 수 없는 기록들이 하나둘 쌓여가면서 서서히 불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이 글은 그 찝찝함의 정체가 뭔지, 어떤 분들께 맞고 어떤 분들께 맞지 않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영화가 만드는 공포의 구조: 페이크다큐와 괴이의 문법이 영화는 페이크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형식으로 찍혔습니다. 페이크다큐멘터리란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고 편집해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 허구의 영상물을 말합니다. 공포 장르에서 이 형식은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고화질의 매끄러운 화면 대신 흔들리고 거칠게 찍힌 영상이 오히려 현실.. 2026. 6. 17. 오베라는 남자 (첫인상, 상실감, 인간관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까다로운 노인이 마음을 여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그런 분위기가 났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버릇을 조용히 건드립니다.처음엔 공감하기 어려웠던 오베의 첫인상스웨덴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사는 오베는 매일 아침 마을을 순찰하고, 주차 위반 차량의 번호를 꼼꼼히 기록하고, 아무 데나 세워진 자전거는 바로 치워버립니다. 처음 이 장면들을 볼 때 저는 솔직히 이 사람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왜 저렇게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나 싶었거든요.영화에서 오베는 내러티브 구조상 '안타고니스트적 프로타고니스트'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안타고니스트적 프로타고니.. 2026. 6. 16. 행복 목욕탕 (시한부, 가족관계, 일본영화) 가족영화라고 하면 으레 눈물 쏟고 끝나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행복 목욕탕은 달랐습니다.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중심에 있는데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상하게 따뜻한 기분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슬픔보다 온기가 더 오래 남는 영화가 있다면, 이 작품이 그 드문 사례 중 하나일 것입니다.시한부 선고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영화는 주인공 후타바가 췌장암(Pancreatic Cancer) 말기 진단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췌장암 말기란 의학적으로 5년 생존율이 10% 미만에 불과한 예후가 매우 불량한 암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 당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은 국내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입.. 2026. 6. 16. 이전 1 2 3 4 5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