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7 리 크로닌의 미이라 (오리엔탈리즘, 바디호러, 시나리오) 공포영화 한 편을 고르면서 "이 정도면 무난하겠지" 싶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목부터 직관적이고, 감독 이름까지 붙어 있으니 자신감 있는 작품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리 크로닌의 미이라,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완전히 나쁘다고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 영화입니다.뻔한 시나리오와 무너진 핍진성이 영화를 두고 "클리셰(cliché) 덩어리"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너무 많이 반복되어 신선함을 잃어버린 진부한 장치나 표현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저주받은 공간, 가족을 위협하는 빙의, 진실을 파헤치는 외부인이라는 구조가 거의 교과서처럼 나열됩니다.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케이티가 석관.. 2026. 5. 2. 영화 짱구 리뷰 (청춘 성장, 서사 구조, 캐릭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바람의 주인공 짱구가 어른이 되어 배우를 꿈꾼다는 설정, 정우가 각본·연출·주연까지 직접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이게 제가 기대했던 청춘 성장 이야기가 맞는지 한동안 의문이 들었습니다.영화 짱구, 어떤 이야기인가영화 짱구는 2009년 개봉한 한국 독립 영화 바람의 후속작입니다. 당시 바람은 독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신만 관객을 동원하며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오랫동안 회자된 작품입니다. 정우, 손호준, 지승현 등 지금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렸습니다.이번 짱구는 2025년 4월 22일 개봉했으며 상영 시간은 95분,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배우를 .. 2026. 5. 2. 원 위크 리뷰 (로드무비, 삶의 방향, 내러티브) 말기암 진단 후 오토바이 한 대를 사서 서쪽으로 달린다. 이게 영화 원 위크(One Week)의 전부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또 죽음 앞의 버킷리스트 영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감정을 설계하는 방식: 내러티브 구조 분석원 위크는 2008년에 제작된 캐나다 로드무비입니다. 로드무비(Road Movie)란 주인공이 이동하는 여정 자체를 서사의 중심축으로 삼는 장르를 말합니다. 단순히 배경이 도로라는 게 아니라, 이동 자체가 인물의 내면 변화를 이끄는 서사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장르의 문법상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원 위크는 그 원칙을 매우 충실하게 따릅니다.주인공 벤은 국어 교사입니다. 글 쓰는 꿈.. 2026. 5. 2. 문폴 리뷰 (재난 스케일, 설정 분석, 관람 전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어느 순간 제가 화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더라고요. 달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접근한다는 설정, 그 하나만으로 2시간을 끌고 가는 영화가 문폴입니다. 재난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끝까지 붙잡히게 될 작품입니다.달이 떨어진다는 설정, 얼마나 과감한가제가 직접 봐봤는데, 문폴의 핵심은 설정의 스케일에 있습니다. 달의 궤도 이탈, 즉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 지구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는 전제가 영화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중력 교란(gravitational disruption)이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중력 교란이란, 천체 간 인력의 균형이 깨지면.. 2026. 5. 1. 우주인 영화 리뷰 (고독, 내면, 심리 SF) SF 영화를 고르다 보면 "어차피 우주 배경에 액션이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주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쓰되, 결국 한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조용한 감정의 밀도가 훨씬 묵직하게 남았습니다.고독이라는 공간: 우주인이 담아낸 심리적 고립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외계 거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긴장감보다 야쿠프의 내면 상태가 더 강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우주선이라는 밀폐 공간 안에서 시간은 무한정 늘어지고, 외부와의 연결은 조금씩 끊겨 갑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게 쌓아온 감정의 무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 2026. 5. 1. 눈먼 자들의 도시 (사회붕괴, 인간본성, 디스토피아) 눈이 하얗게 변하는 실명 현상이 도시 전체로 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영화 속에서 불과 며칠입니다. 직접 보면서 든 첫 생각은 "이게 왜 이렇게 빠르지?"가 아니라 "이게 왜 이렇게 낯설지 않지?"였습니다.질서 없는 공간에서 드러나는 사회붕괴의 민낯영화는 원인 불명의 집단 실명, 즉 대규모 시각 상실이 사회 전반에 어떤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아주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처음 몇 장면은 단순한 재난처럼 느껴집니다. 운전 중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남자, 그를 집까지 데려다 준 이웃,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 일상적인 장면들이 연속되면서 관객은 아직 안심합니다. 저도 그 구간에서는 "그냥 스릴러 아닌가" 싶었으니까요.그런데 격리 수용 시설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의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부는 감염.. 2026. 5. 1.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