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3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페이크다큐, 오컬트공포, 찝찝함) 일본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오랜만에 봤는데, 집에 돌아온 뒤에도 이상하게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보다, 알 수 없는 기록들이 하나둘 쌓여가면서 서서히 불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이 글은 그 찝찝함의 정체가 뭔지, 어떤 분들께 맞고 어떤 분들께 맞지 않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영화가 만드는 공포의 구조: 페이크다큐와 괴이의 문법이 영화는 페이크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형식으로 찍혔습니다. 페이크다큐멘터리란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고 편집해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 허구의 영상물을 말합니다. 공포 장르에서 이 형식은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고화질의 매끄러운 화면 대신 흔들리고 거칠게 찍힌 영상이 오히려 현실.. 2026. 6. 17. 유전 파이몬 정체 (게티아, 악마학, 세대 트라우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무서운 귀신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깜짝 장면 때문이 아니라, 가족이 서로를 바라보던 그 차가운 눈빛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영화 속 악마 파이몬의 정체를 파고들면서야 비로소 감독이 왜 이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파이몬의 정체, 게티아에서 찾은 답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악마학 문헌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영화가 가장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레메게톤(Lemegeton), 흔히 솔로몬의 작은 열쇠라고 불리는 마도서입니다. 여기서 레메게톤이란 17세기 유럽에서 전승된 마법 문서 모음집으로, 악마를 소환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담은 일종의 오컬트 교본.. 2026. 6. 1. 리 크로닌의 미이라 (오리엔탈리즘, 바디호러, 시나리오) 공포영화 한 편을 고르면서 "이 정도면 무난하겠지" 싶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목부터 직관적이고, 감독 이름까지 붙어 있으니 자신감 있는 작품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리 크로닌의 미이라,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완전히 나쁘다고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 영화입니다.뻔한 시나리오와 무너진 핍진성이 영화를 두고 "클리셰(cliché) 덩어리"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너무 많이 반복되어 신선함을 잃어버린 진부한 장치나 표현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저주받은 공간, 가족을 위협하는 빙의, 진실을 파헤치는 외부인이라는 구조가 거의 교과서처럼 나열됩니다.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케이티가 석관.. 2026. 5.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