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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빼면 고기는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을 듣고 시작할지 고민 중이라면, 제 3주 기록부터 보고 정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28살 봄에 이 방법으로 3주 동안 63.0kg에서 59.6kg까지 뺐고, 그만둔 지 10일 만에 62.8kg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황제다이어트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분께는 아래 10가지부터 확인하라고 말씀드립니다.
고기가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덜 먹게 될 뿐입니다
황제다이어트는 밥·빵·면 같은 탄수화물을 거의 빼고 고기·달걀·생선으로 끼니를 채우는 저탄수화물 식사법입니다. 살이 빠지는 원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탄수화물을 끊으면 몸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줄면서 함께 저장돼 있던 수분이 빠집니다. 첫 일주일에 체중이 크게 내려가는 건 대부분 이 때문입니다. 둘째, 고기와 달걀은 배가 오래 불러서 하루에 먹는 총량이 저절로 줄어듭니다. 고기에 지방을 태우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게 아니라, 덜 먹게 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고기 위주 식단, 시작 전에 체크할 10가지
- 첫 주에 빠지는 1~2kg은 대부분 수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
- 끝나는 날짜뿐 아니라 그다음 날 먹을 첫 끼까지 정해 두었다
- 끼니마다 채소 한 접시를 먼저 정하고 고기를 고른다
- 삼겹살·차돌박이보다 닭가슴살·돼지 안심·달걀을 먼저 고른다
- 점심 외식이나 회식에서 '밥은 빼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불편하지 않다
- 오후에 머리가 멍해져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는 시기다
- 고기·달걀 위주로 3주를 버틸 식비를 미리 계산해 봤다
- 변비나 입냄새가 생겼을 때 멈출 기준을 적어 두었다
- 아침 공복 체중과 허리둘레를 같은 조건에서 매일 적는다
- 밥을 0으로 끊기 전에, 반 공기로 줄이는 방법을 2주 먼저 해봤다
28살의 제가 이 목록을 봤다면 온전히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은 하나도 없었을 겁니다. 반쯤 해당하는 게 두 개 있었습니다. 아침 체중은 매일 적었지만 허리둘레는 재지 않았고, 끝나는 날짜는 정했지만 다음 날 첫 끼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식비는 계산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못해서 배달 보쌈과 편의점 닭가슴살, 구운 달걀로 버텼더니 3주 식비가 약 32만 원이 나왔습니다. 부위별 기름 차이는 다이어트할 때 먹는 고기 부위 정리 (돼지고기·소고기·오리고기)에 정리해 두었으니 여기서는 넘어가겠습니다.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네 가지를 제 경험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Photo by GM Rajib on Pexels
첫 주 숫자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
당시 수첩에 적어 둔 아침 공복 체중입니다. 매일 화장실을 다녀온 뒤 같은 체중계로 쟀습니다.
1일차 63.0kg · 4일차 61.6kg · 7일차 61.1kg · 14일차 60.2kg · 21일차 59.6kg
21일차를 끝으로 중단, 22일차 저녁부터 밥을 다시 먹음 · 25일차 61.8kg · 31일차 62.8kg
빠진 3.4kg 중 1.9kg이 첫 7일 동안 빠졌습니다. 둘째 주와 셋째 주는 합쳐서 1.5kg이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하고 사흘째 아침인 25일차에는 21일차보다 2.2kg이 올라 있었습니다. 사흘 동안 지방이 2kg 넘게 붙을 만큼 먹지는 않았으니, 첫 주에 빠졌던 수분이 탄수화물과 함께 돌아왔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당시엔 허리둘레를 재지 않아서, 빠진 3.4kg 중 어디까지가 수분이고 어디부터가 지방인지 끝내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실패 때문에 지금은 매주 월요일 아침 배꼽 높이에서 허리둘레를 같이 잽니다. 최근 4주 기록은 55.6kg·70cm, 54.9kg·70cm, 55.8kg·70.5cm, 55.2kg·70cm입니다. 체중은 0.9kg 범위에서 오르내렸지만 허리둘레는 0.5cm 안에서만 움직였으니, 체중 변화는 대부분 수분이라고 보고 넘어갑니다.
그래서 제 조언은 이렇습니다. 첫 주 체중은 기록만 하고 판단에는 쓰지 마세요. 판단은 둘째 주부터 하고, 체중계 숫자와 허리둘레를 같이 보세요. 첫 주 숫자를 '이 방법이 나한테 맞는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그 숫자가 다시 돌아올 때 '역시 나는 안 된다'로 곧장 넘어갑니다. 저는 실제로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둘째 주부터 살펴야 할 건 체중만이 아닙니다. 저는 둘째 주에 들어서자 오후 3시쯤이면 머리가 멍해졌고, 그 주에 거래처로 보낼 견적서 금액에서 0을 하나 빠뜨렸다가 발송 직전에 팀장님이 잡아 준 일이 있었습니다. 점심 외식도 문제였습니다. 김치찌개집에서 '밥은 빼 주세요'라고 할 때마다 동료들이 이유를 물었고, 매번 설명하기 싫어서 셋째 주에는 혼자 편의점에서 닭가슴살과 구운 달걀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체크리스트에 업무와 외식 항목을 넣은 건 이 때문입니다.
마지막 날보다 다음 날 첫 끼가 더 중요합니다
제가 가장 크게 실패한 지점은 3주를 채운 다음 날이었습니다. 끝나는 날짜만 정해 두고 그 뒤에 무엇을 먹을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22일차 저녁에 '3주 버텼으니까' 하면서 친구와 떡볶이 1인분에 김밥 한 줄, 튀김까지 먹었습니다. 그 뒤 열흘 동안은 참았던 빵과 과자를 매일 조금씩 집어 먹었고, 31일차의 62.8kg은 그 열흘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고기 위주 식단을 한다면 끝난 기념 '보상 식사'를 잡지 말고 다음 날 첫 끼를 미리 적어 두셨으면 합니다. '끝난 다음 날 점심은 백반에서 밥 반 공기, 반찬은 그대로'처럼 구체적으로요. 끊었던 밥은 한 번에 원래 양으로 돌아가지 말고 반 공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이 실패를 하루 한 끼 다이어트 때도 똑같이 반복했고, 결국 방식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그 과정은 하루 한 끼 다이어트 요요 후, 세 끼 먹고 1년에 10kg 뺀 이유에 따로 적었습니다.
고기를 고르기 전에 채소부터 정하세요
시작하고 5일째부터는 화장실을 3~4일에 한 번 가게 됐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식이섬유는 채소·곡물·과일 같은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라 고기와 달걀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 식단에서 채소라고 할 만한 건 보쌈에 딸려 온 무김치와 상추 몇 장이 전부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오후만 되면 입냄새가 신경 쓰여서 회의 때마다 껌을 씹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거꾸로 하시라고 권합니다. 고기를 얼마나 먹을지부터 정하지 말고, 끼니마다 채소 한 접시를 먼저 정한 다음 고기를 그 옆에 놓으세요. 편의점이라면 샐러드 한 팩을 먼저 집고 나서 닭가슴살을 고르는 식입니다. 그리고 변비가 사흘을 넘기면 그날부터 밥 반 공기를 다시 넣는다는 중단 기준을 미리 적어 두세요. 저는 그런 기준이 없어서 2주 넘게 불편함을 그냥 참았습니다.
밥을 끊지 않고 반 공기로 줄였을 때
하루 한 끼와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거치고 65kg이 되어 있던 31살에 다시 살을 빼기로 했을 때, 황제다이어트에서는 딱 하나만 가져왔습니다. 단백질을 끼니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대신 밥을 0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세 끼를 먹으면서 매 끼니 채소를 먼저, 그다음 단백질을 먹고, 밥 반 공기는 마지막에 먹었습니다. 단백질은 끼니마다 손바닥 하나 크기, 닭가슴살로 치면 100g 정도로 맞췄습니다. 고기만 먹을 때처럼 탄수화물을 아예 빼 버린 게 아니라, 세 가지를 모두 접시에 올리고 순서와 양만 바꾼 셈입니다.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렸습니다. 한 달에 1kg 안팎씩 빠져서 65kg에서 55kg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대신 회식 자리에서 메뉴를 가릴 필요가 없었고, 오후에 머리가 멍해지는 일도, 끝난 다음 날 첫 끼를 걱정할 일도 없었습니다. 끝나는 날이 따로 없는 식단이라 돌아갈 '원래 식단'도 없었고, 그 방식 그대로 2년째 54~56kg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황제다이어트에서 실제로 효과를 낸 건 고기를 많이 먹은 게 아니라 밥과 간식을 덜 먹은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고기를 무제한으로 늘릴 필요도, 밥을 0으로 끊을 필요도 없습니다. 실패하는 조합도 분명합니다. 고기 무제한, 탄수화물 0, 끝나는 날짜만 정해 둔 계획.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있으면 3주 뒤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시작할지 말지 판단할 때 쓰는 한 장
위의 10가지는 시작을 돕는 목록이 아니라, 시작할지 말지 판단하는 용도로 쓰셨으면 합니다. 시작하기 전날 밤에 하나씩 체크해 보고, 체크하지 못한 항목이 3개 이상이면 시작을 미루는 게 제 기준입니다. 그 대신 마지막 항목, 밥을 반 공기로 줄이는 것 하나만 2주 동안 먼저 해보세요. 그 2주 기록을 보고 나서 고기 위주 식단이 정말 필요한지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힘들게살지말고가 직접 겪은 일을 적은 개인 기록입니다. 저는 의사나 영양사가 아닌 34살 여성 사무직 직장인이고, 이 글의 황제다이어트를 시작으로 하루 한 끼,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요요를 세 번 겪은 뒤 지금의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신장 질환이 있거나 당뇨약을 먹고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세요. 이 글의 수치는 모두 제 몸에서 나온 기록이라, 같은 방법을 써도 체중이 변하는 폭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글쓴이: 힘들게살지말고 · 직접 해본 경험만 씁니다 · 소개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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