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3 더 문 리뷰 (고독, 클론 윤리, 정체성) 달 기지에 단 한 명. 지구 에너지 수요의 70%를 감당하는 헬륨-3(He-3) 채굴 현장에 인간이라고는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외딴 SF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남았기 때문입니다.텅 빈 달에서 쌓이는 고독영화 더 문의 배경은 헬륨-3 채굴 기지입니다. 헬륨-3(He-3)란 달 표면에 태양풍이 수십억 년간 쌓이며 광물화된 동위원소로, 핵융합 반응의 연료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입니다. 지구의 자원이 한계에 다다른 설정에서 이 물질이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70%를 감당한다는 설정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주인공 샘은 3년 계약직 관리인으로, 채굴 기계가 .. 2026. 4. 29. 내 이름은 (정체성, 트라우마, 제주4.3) 영화 '내 이름은'은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제주4.3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가 이 시대에 나왔구나'하는 생각보다 '이름이라는 소재 하나로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 그 질문의 답을 찾았습니다.이름 하나에 묻어 있는 정체성의 무게이 영화의 중심에는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이라는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 정순이 있습니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극심한 심리적 충격이 원인이 되어 특정 시기의 기억이 통째로 차단되는 현상으로, 단순한 건망증과는 전혀 다른 심리적 방어 기제입니다. 정순에게 아홉 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는 설정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저는 영화를 만들면서.. 2026. 4. 17. 올란도 (시간과 정체성, 미장센, 실험영화) 틸다 스윈튼이 400년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직접 보고 나니 설정의 황당함 같은 건 이미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올란도와 센티멘탈 밸류,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감정이 어떻게 화면에 담기는지, 그리고 시간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시간과 정체성: 올란도가 선택한 방식올란도(1992)는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미장센(mise-en-scène)에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세트, 배우의 동선 등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를 뜻합니다. 올란도는 이 미장센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신 감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듭니다.제가 직접 영화.. 2026.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