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3 보헤미안 랩소디 (라이브에이드, 전기영화, 프레디머큐리) 전기 영화는 위대한 인물을 다룰수록 더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믿음이 꽤 흔들렸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영화가 오히려 그 무게에 짓눌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보헤미안 랩소디는 분명 감동적인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든 첫 생각은 "퀸이니까 이 정도"였습니다.라이브 에이드, 직접 보는 것 같았던 그 순간일반적으로 전기 영화의 공연 재현 장면은 어느 정도의 어색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그 공식을 상당히 벗어나 있었습니다.라이브 에이드(Live Aid)란 1985년 7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규모 자선 콘서트로, 아프리카 기아 구호를 위.. 2026. 5. 9. 바닐라 스카이 (현실인식, 자아분열, 선택)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중반부까지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 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고, '내가 지금 집중을 못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야 그 혼란 자체가 이 영화의 의도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01년 개봉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는 꿈과 현실, 기억과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 스릴러입니다.현실인식이 무너지는 순간, 영화는 시작된다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은 부모의 유산으로 거대 출판사를 물려받은 이른바 영앤리치(Young & Rich), 즉 젊고 부유한 엘리트입니다. 그는 세상이 언제나 자신의 편이라고 믿으며 살아왔고, 사람 간의 관계조차 가볍게 .. 2026. 5. 8. 레인맨 (서번트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형제애) 영화를 보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뭉클해진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레인맨을 틀었을 때는 그저 형제가 함께 차를 타고 여행하는 로드무비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영화는 단 한 번도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바보이면서 천재인 남자, 레이먼드의 세계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찰리 배빗이라는 남자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300만 달러에 달하는 유산이 자신이 전혀 몰랐던 형 레이먼드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찰리는 유산의 절반을 받아내겠다는 속셈으로 정신병원에서 형을 데리고 나옵니다.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여정이었죠.. 2026. 5. 7. 극한직업 (흥행 분석, 코미디 구조, 캐릭터 앙상블) 코미디 영화를 고르다가 "그냥 웃기기만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가, 정작 영화관에서 아무 감흥 없이 나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실패를 몇 번 겪고 나서 코미디 영화 고르는 기준이 꽤 까다로워졌습니다. 그래서 극한직업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기대를 낮추고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웃음이 어디서 오는지 추적하다 보니, 설정과 인물이 정밀하게 맞물린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1,630만 관객이 선택한 코미디 구조극한직업은 2019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1,626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이 수치는 당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반복 관람과 입소문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제가 직접 두 번 봤는데, 두 번째 관람에서도 웃.. 2026. 5. 4.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순수함, 대비, 홀로코스트)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전쟁 영화란 총소리와 전장 장면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달랐습니다. 폭발 한 번 없이, 어린아이의 눈으로 홀로코스트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시선이 가장 무서운 이유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주인공 브루노의 '무지(無知)'였습니다. 여덟 살 소년 브루노는 아버지의 근무지 발령으로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오지만, 그곳이 나치(Nazi)가 운영하는 유대인 강제수용소 인근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철조망 너머의 공간을 농장이라고 믿고, 줄무늬 수인복을 파자마로 이해합니다.저도 처음엔 이 설정이 조금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가 이걸 .. 2026. 5. 3. 우주인 영화 리뷰 (고독, 내면, 심리 SF) SF 영화를 고르다 보면 "어차피 우주 배경에 액션이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주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쓰되, 결국 한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조용한 감정의 밀도가 훨씬 묵직하게 남았습니다.고독이라는 공간: 우주인이 담아낸 심리적 고립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외계 거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긴장감보다 야쿠프의 내면 상태가 더 강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우주선이라는 밀폐 공간 안에서 시간은 무한정 늘어지고, 외부와의 연결은 조금씩 끊겨 갑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게 쌓아온 감정의 무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 2026. 5. 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