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39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욕망, 비리 경찰, 범죄 스릴러) 범죄 영화를 볼 때 "나라면 절대 저런 선택 안 할 텐데"라고 생각한 적 있으십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보고 나서 그 확신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돈이 눈앞에 쌓여 있는 상황을 영화가 꽤 설득력 있게 묘사하거든요.욕망이 비리 경찰을 만드는 과정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처음부터 거대한 악인이 아닙니다. 명득과 동역은 수사 현장에서 압수한 작물들을 슬쩍 빼돌리는 수준의 비리 경찰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소소한 부패 정도랄까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을 보며 어느 정도 감정 이입이 됐습니다. 완벽한 악당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를 견디다 선을 조금씩 넘어버린 사람처럼 보였거든요.그런데 문제는 욕망의 확장성입니다. 영화에서 핵심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은 한 .. 2026. 6. 20. 오베라는 남자 (첫인상, 상실감, 인간관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까다로운 노인이 마음을 여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그런 분위기가 났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버릇을 조용히 건드립니다.처음엔 공감하기 어려웠던 오베의 첫인상스웨덴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사는 오베는 매일 아침 마을을 순찰하고, 주차 위반 차량의 번호를 꼼꼼히 기록하고, 아무 데나 세워진 자전거는 바로 치워버립니다. 처음 이 장면들을 볼 때 저는 솔직히 이 사람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왜 저렇게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나 싶었거든요.영화에서 오베는 내러티브 구조상 '안타고니스트적 프로타고니스트'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안타고니스트적 프로타고니.. 2026. 6. 16.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혈연, 가족의 의미, 부모) 6년을 함께 살아온 아이가 내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래도 그 아이가 내 자식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질문이 그토록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3년 작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 측의 신생아 바꿔치기, 즉 출생 직후 아이가 뒤바뀌는 의료 사고라는 충격적인 설정 위에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조용하고 집요하게 묻습니다.혈연인가, 함께한 시간인가 — 두 가족이 드러낸 것들영화 속 두 가족은 처음부터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료타는 대기업에 다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아들 케이타에게도 피아노 연습과 바른 자세를 요구하는 엄격한 아버지입니다. 반면 유다이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뒹굴며 놀아주는 사람입니다. 저는 처음 이 두 인물을 보면서 어느.. 2026. 6. 16. 히든 피겨스 (실화, 차별극복, 우주경쟁) 1961년, NASA의 머큐리 계획(Project Mercury)에서 핵심 궤도 계산을 담당했던 인물이 흑인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왜 이제야 알려진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히든 피겨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냉전과 우주 경쟁, 그 이면의 숨겨진 계산자들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Sputnik)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기술적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스푸트니크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소련이 우주 공간에 물체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미국은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머큐리 계획을 본격 가동했고, NASA 내부에는 이 계획.. 2026. 6. 14. 세인트 빈센트 (첫인상, 캐릭터, 휴먼 코미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빌 머레이를 그냥 코미디 영화에 나오는 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인트 빈센트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까칠한 노인과 순수한 아이가 만난다는 설정만 듣고 뻔한 감동 영화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습니다.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일반적으로 영화 속 주인공은 결함이 있어도 어딘가 매력적으로 포장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세인트 빈센트의 빈센트는 그런 공식을 철저하게 거부합니다. 첫 등장부터 술에 절어 있고, 도박빚을 지고 있으며, 이웃과 한마디 나누기도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저도 처음 20분은 솔직히 이 사람이 왜 주인공인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영화에서 빈센트는 옆집으로 이사 온 올리버의 방.. 2026. 6. 14.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싱크로나이즈드, 중년남성, 프랑스코미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수록 자꾸 미루게 되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별 기대 없이 틀었던 이 프랑스 영화 한 편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삶이 조금 꼬인 중년 남자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뛰어드는 이야기, 웃기면서도 어딘가 뭉클했습니다.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남자가 하면 왜 낯설까혹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는 종목 자체를 잘 아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물속에서 다 같이 발 들고 도는 것' 정도로만 알았습니다.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이란 수중에서 음악에 맞춰 팀원들이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는 수중 예술 스포츠입니다. 쉽게 말해 수영과 체조, 발레가 합쳐진 종목으로, 선수들의 심폐지구력과 .. 2026. 6. 13.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