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니 애드센스 코드> 내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말 (헤리엇, 자존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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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말 (헤리엇, 자존감, 관계)

by 두쫀쿠먹고싶다 2026. 6. 12.


죽음을 앞두고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노인의 이야기라고 하면, 감동 포인트가 뻔히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 단순한 감성 영화가 아닙니다.

헤리엇이라는 인물, 그리고 자존감의 의미

영화의 주인공 헤리엇은 꽤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흔히 기대하는 '어른스러운 예의'나 '원만한 처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의사가 예의를 갖춰 부인이라고 부르자, "나이 많은 것을 굳이 강조하지 마라"고 받아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솔직히 저도 어른이 저런 말을 들으면 당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헤리엇의 태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남에게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명령을 내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직접 하고, 자신이 틀렸을 때는 크게 웃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헤리엇은 나이가 들었어도 이 감각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오히려 기뻐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패배로 여기는 사람은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존감이 흔들리지만, 헤리엇은 다릅니다. 틀렸다는 사실 자체를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이 장면에서 제가 직접 느낀 건,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저 사람처럼은 못 살 것 같다'는 솔직한 부러움이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의견이 반박당하는 순간 방어적으로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니까요.

헤리엇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스스로 실행한다.
  •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방어하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 주변의 평가보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 딸에 대한 미안함을 품고 살았지만, 상대가 행복하다는 말에 안도감을 먼저 느낀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시선보다 내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일수록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헤리엇의 캐릭터는 그 연구 결과를 영화 언어로 구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앤과 헤리엇, 그리고 인간관계가 만드는 서사

영화에서 앤이라는 인물은 헤리엇과 대조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앤은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이 감각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스펙이 조금 부족하고,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평범하거나 그 이하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 솔직히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이런 자기인식은 남과 비교할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런데 헤리엇은 앤을 사회적 잣대로 보지 않습니다. 개인의 성격과 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이죠. 영화는 이 관계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회가 정한 객관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지 보여줍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비교 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평가할 때 타인과의 비교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앤은 이 비교에서 자신이 늘 지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고, 헤리엇은 그 비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앤에게 다가갑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도 이 구도에서 읽힙니다. 헤리엇이 자신의 부고(obituary), 즉 사망 기사를 직접 준비하려 하는 것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닙니다. 부고란 한 사람의 삶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텍스트입니다. 헤리엇이 좋은 부고를 원했다는 것은, 사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라디오 디제이(DJ)에 도전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딸을 만납니다.

이 부분이 저는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개념이 있는데,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뜻합니다. 그런데 헤리엇의 버킷리스트는 스카이다이빙이나 세계 여행 같은 것이 아닙니다. 딸의 얼굴을 보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직접 전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이 소박함이 오히려 영화 전체를 무겁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영화 속 대사 중 "그저 좋은 날보다 의미 있는 하루들을 보내세요"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이 문장이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는 하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남이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호스피스(hospice) 케어 분야의 연구에서도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았다"는 점으로 나타납니다(출처: 호주 완화치료협회(PCNA)). 헤리엇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살아온 셈입니다.

이 영화가 특히 설득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주연 배우인 셜리 맥클레인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기획 단계부터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배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직접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전달되는 감정의 밀도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화면이 거창하지도 않고 음악이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어떤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저는 이 영화가 죽음을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살아 있는 동안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말을 나눠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루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fh0WR3qSptM?si=sAssiSkhMb7ncw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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